지역주택조합사업의 문제점(2) “공식 조합원과 실제 조합원이 다르다” [최진환 변호사의 법률칼럼]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은 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조합원과 달리 토지등소유자가 아니어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특성때문에 소위 딱지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담당하는 지역주택조합 사건의 경우에도 소송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얘기하는 조합원 숫자와 관할구청이 얘기하는 조합원 숫자가 달랐고, 그래서 모호한 조합원 숫자 때문에 소위 물딱지 조합원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고 합니다.
통상 ‘물딱지’란 주택법 등 법률규정에 저촉되는 것으로, 시행사가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프리미엄을 챙기기 위해 수분양자 중에 향후 탈퇴자 등이 발생하는 경우 정당한 수분양자 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수분양자를 모집하여, 조합원 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나 입주조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일반인들로부터 분양대금 및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미리 금원을 지급받고 입주권을 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8년의 안양 비산동 지역주택조합 이중분양 사기사건이 우리 기억에 가장 최근에 남아 있는 사건인데, 이도 시행사와 조합장이 탈퇴자 분양분을 할인분양해 주겠다고 속여 소위 물딱지를 이중·삼중으로 남발함으로써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1인당 수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힌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심지어, 주택조합사업에서는 아예 최초 조합원 모집에서부터 건설업자가 부동산사무소 등을 통해 조합원을 모집하여 계약금과 중도금, 그리고 프리미엄까지 챙긴 뒤 ‘조합원인정서’, 속칭 딱지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분양을 하는 사례도 있어 왔는데, 1991년경의 조춘자 사건이나 광개토건설 사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한편, 필자가 담당하는 지역주택조합 사건의 경우 시행사가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조합원 숫자를 채우기 위해 이름만 올려 놓은 소위 가라 조합원들도 있는 것 같고, 반면에 조합원명단에는 없지만 시행사와 조합이 분양권을 주겠다고 확인서를 써주고 분양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총회에도 참석시키는 실질적인 조합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행사와 조합은 이런 실질적인 조합원들에게는 특정 조합원의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동호수를 추첨해 주는 편법을 쓰고 있습니다.
원래 지역주택조합사업은 동일 지역(서울인 경우 서울시 전체)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 20인 이상이 내집 마련을 위해 주택조합을 구성하고, 주택을 건설할 대지를 매입한 뒤 등록사업자와 공동으로 주택을 건립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실제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조합은 설립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행사와 건설회사가 일부 주민을 추진위원장으로 내세워 시행사와 가칭 조합 공동명의로 땅을 매입하고 그 토지매입대금을 전액 지급치 않는 대신 향후 신축되는 아파트를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공급권을 준다고 하면서 조합원가입신청서류를 받아 한참 뒤에 지역주택조합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결국, 실제로는 시행사와 건설회사가 사업을 주도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등록사업자가 단독으로 주택건설사업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조합이라는 형식을 빌려 조합원들에게 그 사업추진과정의 위험부담을 전가시키기 위해 무리하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역주택조합제도가 기형적으로 변형되어 있는 것이 그 근본원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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