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 2011년 11월 03일 28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사당동 지역주택조합과 시공사인 LIG건설이 총회 개최 전에 조합원들에게 30만원 상당의 밥솥을 제공하는 대가로 부당하게 제출받은 서면동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그동안 각종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시공사 측의 유리한 사업 방향 결정을 위해 암암리에 자행돼 왔던 그릇된 총회 절차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에서 조합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평의 최진환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는 총회 개최 전 홍보요원을 고용, 서면결의서의 찬성란 기표를 조건으로 밥솥을 제공한 것은 총회 절차상 하자로 조합원들의 의결권 침해라는 점 등을 설득력 있게 반박,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공법적 규제를 강하게 받고 있는 정비사업과 달리 사업부지 확보부터 관리처분에 이르기까지 공법적 규제를 거의 받지 않아 사업 추진 주체가 임의로 사업을 좌지우지하면서 조합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사실상 해당 개발업자와 건설회사가 직접 사업시행자가 돼 사업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주택조합제도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업부지 확보와 사업비 운영, 관리처분 등 모든 절차에 공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 초창기 법무법인 건설부동산팀에 소속돼 일한 것을 계기로 아파트 내 각종 관리권 분쟁, 재개발·재건축 분쟁, 아파트 하자보수분쟁,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관련 분쟁 등 다양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건설·부동산 변호사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그에게 있어 2000년대 중반 '과천주공3단지 재건축 사건'은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기존 아파트와 상가를 헐고 3100여 가구를 새로 짓는 과천주공3단지 재건축은 추첨 방식 대신 기존 소유 아파트의 권리가액을 기준으로 평형을 배정했지만 원하지 않는 작은 평형에 강제 배정된 주민들이 반발, 소송을 냈다. 주민들을 대리한 최 변호사는 2년 넘게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조합 측이 주민 1인당 7500만원(총 50억원)을 지급하라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최 변호사는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자문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위원 등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맡는 사건 하나하나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쪽을 우선 지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계획의 하나로 그는 최근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내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수분양자들을 대리한 집단소송 사건을 맡았다. 주변의 각종 개발계획이 무산되고 광역교통시설 등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내년 입주를 앞둬 많은 피해가 예상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나 인천시, LH 등 개발주체들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개발한 영종하늘도시 사업은 개별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히 하고 태만히 한 문제 및 LH의 도덕적 해이 등이 맞물려 발생된 인재"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를 포함한 관의 무분별한 개발행정과 무고한 국민들의 피해양산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그런 관행에 제동을 거는 이정표를 반드시 세우겠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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